log/ちび



어머니는 불명 아버지는 사망. 출생등록도 되어있지 않은채로 시설에 들어간 아샤. 이자나를 따르는걸 보고 시설에서 쿠로카와 아샤로 등록했어. 그 일대에서 유명한 쿠로카와 이자나의 동생 쿠로카와 아샤. 아샤는 이자나와 함께라면 두려울게 없었겠지. 생일이 늦어 남보다 성장이 느린 아샤를 깔보는 놈들이 있으면 아샤는 자신을 ‘쿠로카와’라고 소개했을거다. 4학년인 이자나랑 하교시간을 맞추려고 일찍 끝나도 실내화를 들고 4학년 반 앞에서 푸딩을 먹으면서 기다렸을거다. 이자나는 그래도 그때는 친구들이 얘 누구냐고 물어보면 내 동생이라 대답해줬을거고.




아샤가 처음으로 사람을 때린 이유.

초등학교 3학년. 아샤가 시설에서 이자나에게도 말 안해주고 늘 아샤의 이층침대 밑, 저금통에 저금해. 곧 있을 이자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아무도 모르는 위치이기도 하고 여자애들 방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던 나나는 이자나 생일을 앞둔 하루 전날 자신의 저금통이 사라진걸 깨달았을거야.

“.....너, 내 저금통 봤어?”
-무슨 저금통?

아무도 모르는 곳에 넣었으니 당연히 다들 모른다고 답하겠지. 누구일까? 꽤 오래 저금 했으니 모은 돈은 대략 5000엔쯤은 되겠지. 이자나의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으니까. 처음 시설에 들어와서 괴롭힘

당했을때도 이정도로 화가나지는 않았어. 이자나가 아끼는 동생이라고 소문이 났으니 위리가 알려져도 아무도 건들 엄두를 못낼거라 생각했는데.

“오빠 미안해.......돈을 잃어버려서...”
“됐어.”
“....오빠 운동화 사주고 싶었는데....”
“나도 네 선물 안주면 돼.”

장난 섞인 말이였는데 결국 아샤는 이자나 앞에서 초가 꽂힌 조그마한 크림파이를 들고 엉엉 울어. 이자나도 처음으로 당황하겠지. 얘는 왜 내 앞에서만 이래? 아샤 눈물 콧물 범벅 되어가지고 막 발음 뭉게지고

“그만 울어”
“그치만...흑...진짜로 돈이 없어져서.....”

이자나는 결국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자기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샤 손잡고 빵집 가서 조각 케이크 사고 초 사고 고깔 사고 앞에 세워놔. 자기 혼자 고깔 쓰고 말하겠지.

“불러”
“응?”
“생일축하 노래 불러보라고”

아샤 우물쭈물하다가 빨개진 얼굴로 환하게 웃고는 생일축하노래 열심히 불러. 그리고 이자나 생일 다음날에서야 아샤는 자기 저금통 훔쳐간 놈을 찾았겠지. 이자나 생일 일주일 전쯤 유리저금통이 금간적이 있었는데 어차피 곧 깰꺼라 잠시만 붙여놓자 싶어서 아샤는 본드로 그 사이를 덕지덕지 메꿔놨어. 본드는 시설 원장님에게 직접 빌려온거거든. 근데 어떤 놈 옷에 본드자국이 있는거야. 처음에는 풀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빨래 수거할때 다시 맡아보니 본드야. 저금통을 깼으면 쓰레기처리할때쯤 나왔을텐데. 결국 아샤가 남자얘들 방 들어가서 직접 뒤진 후에야 걔가 시설에서 도둑질을 일삼았단걸 알게돼.

“.....야”
-나...나는 아샤 그러니까

저금통은 깨져서 보자기에 쌓여있고 딱봐도 100엔짜리가 없는걸 보니 썼다는걸 알아채. 바로 달려들어서 얼굴을 사정없이 내리쳤겠지. 아샤는 이자나한테 대부분을 배웠어. 어딜 쳐야하는건지. 주먹은 어떻게 쥐어야 하는건지.

물론 이자나도 신이치로에게 배운거겠지만. 얼마나 때린건지 모르겠어. 순간 손이 낚아채지고 그 끝을 따라가니 오빠가 서있었어.

“그만해”
“...그치만 얘가”

아샤 밑에 깔렸던 놈은 얼굴이 피떡이 되어서 정신을 잃었겠지.

“생일 축하 해줬잖아. 더 때리면 여기서 나가야해. 원장 오기전에 일어나”

아샤 피 묻은 손을 이자나가 자기 옷으로 슥슥 닦아주더니 쭈구려 앉아서 걔를 쳐다봐.

“벌써 두번째 파양이라며? 원장 목걸이네 이거. 시설에서도 버려지고 싶으면 어디 말해봐”

이자나 뒤를 아샤가 따라가면서 미안하다고 말해. 뭐가 미안하냐고 해도 생일선물 못준것도, 그냥 자기가 미안하데.

“...생일 선물 뭐받고 싶어?”
“응?!”
“.....4개월 남았네. 12월 31일”
“줄거야...?”
“받기 싫으면 말아 멍청아.”
“아냐아냐!!! 나....”

조그만 목소리로 엄청나게 큰 푸딩........이라고 대답하는 아샤. 이자나가 그딴건 세상에 없다고 말해.

“받고 싶은걸 말하라며.”
“받을 수 있는걸 말해야지.”

그리고 그 해 겨울 12월 31일. 이자나는 카쿠쵸와 둘이서 대왕푸딩 만들기에 다시 도전해. 30일까지 만든건 실패 했으니까. 냄비에 우유 붓고 기다리면서 카쿠쵸가 웃어보여.

-누나가 좋아하겠지?
“....이런걸 선물로 받는 얘가 어딨어”
-배터지게 푸딩만 먹겠다.

푸딩을 냉장고에 넣고 굳히는 동안 아샤에게 생일선물은 없다고 말해서 아샤 한번 더 울리고 푸딩이 완전히 굳은 다음날 아침 9시 카쿠쵸랑 이자나가 뛰어가서 냉장고에서 잘 굳혀진 푸딩을 꺼내. 카라멜 소스까지 뿌려서 아샤를 부를 생각 이였어. 하지만 아샤를 데리러간 카쿠쵸는 아샤가 낯선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걸 보겠지.

-누나?
“카...카쿠쵸...”
-카쿠쵸? 다행이게도 아샤가 잃어버린 친어머니를 찾았단다. 아샤가 동생처럼 아끼던 아이에요. 나나사기상.
“오빠...오빠한테....”

카쿠쵸가 뭐라 할 새도 없이 아샤가 손에 끌려 검은 차에 타겠지. 그리고 아샤는 생일 선물을 받지 못한채 1월 1일 새해를 맞이했어.



눈사람 만드는 쿠로카와들

아샤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가장 늦게까지 긴팔을 입고 가장 이르게 긴팔을 꺼내. 겨울에는 집밖에 나오는걸 무척이나 힘들어 하는데 그 또래 남자애들이 그러하듯 이자나는 눈오는날을 손꼽아 기다렸겠지. 나가기 싫다고 하면 될걸 아샤는 늘 옷을 꾸깃꾸깃 껴입고는 오빠가 눈사람을 만들면 따라나가곤 했어. 손이 시려서 눈을 굴리지는 못하고 아샤의 역할은 다 만들어진 눈사람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단추도 끼워주고 눈코입을 붙여주는 것이었을듯. 만들지도 못하면 가라고 말하던 이자나도 이것만큼은 꼭 아샤에게 양보했겠지.

“오빠 키 아직 안닿아”
“의자 가져오라고 했잖아”

아직 키가 작아 모자를 올릴 수 없을때면 이자나는 3살 어린 제 동생을 힘겹게 들어 올려주곤 해. 나나가 기억하는 이자나와의 겨울엔 늘 눈사람이 함께였을거야. 그래서 나나는 겨울이 춥고 싫은 것도 있지만 그 기억이 있어 더 힘들었겠지.



토마토 먹어주는 이자나

아샤 토마토 엄청 싫어하는데 시설에서 편식하면 혼나서 코막고 눈감고 먹었겠지. 근데 맛은 둘째치고 식감이 너무 싫어서 안씹고 넘기려다가 한번은 목에 걸려 큰일날뻔한걸 이자나가 구해준적이 있었을거고. 그뒤로 밥먹을때 토마토가 나오면 이자나가 먹어줬을거야.

이자나가 아샤 대신 먹어준게 아니것처럼 하려고 일부러 아샤 머리에 꿀밤 세게놓고 앞으로 모든 토마토는 다 내꺼라고 했을듯. 카쿠쵸는 이자나가 시키는대로 쪼르르가서 말했을거고

-선생님! 아샤 지금 울어요...!!!
-뭐? 왜??!
-이자나가 아샤 토마토 뺏어먹으려고 머리 때렸어요!!!!

아프긴 했지만 이자나가 토마토를 뺏어먹어줘서 다행이라 생각했던 아샤. 나중에서야 그게 이자나 나름의 아샤를 아끼는 행동이였단걸 알게되고. 그래서 아샤는 이자나를 놓을 수가 없었던거지. 변해도 이자나는 나의 오빠니까.





DALBOM